뇌 속의 포장도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루틴과 습관입니다. 나의 행동 루틴과 습관 루틴은 똑같은 방식으로 행하는 일련의 행위입니다. 유용하기 때문에 굳이 바꿀 이유가 없죠. 예를 들어 좋아하는 요리를 할 때는 같은 재료를 넣고 같은 순서로 조리 합니다. 그러면 맛있는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알람을 맞춥니다. 그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서요. 루틴은 현명한 설계자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설계자는 느리고 분석적이며 전략 수립과 정신적 계산을 담당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세심하게 고려합니다.
루틴은 마치 분갈이 직후의 식물과 같습니다. 아직 새로운 흙에 익숙하지 않아서, 햇빛과 물,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그래서 초반에는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매일 챙겨줘야 하죠. ‘매일 아침 7시에 물 주기’와 같은 것처럼요.
습관은 그 이후의 단계에요. 뿌리가 새로운 흙 속에 스며들고, 환경 신호에 따라 자동으로 물을 흡수하는 상태. 습관은 트리거 → 행동 → 즉각적인 보상 → 반복이라는 과정을 거쳐 뇌에 새 경로를 만듭니다. 흥미로운 건, 나쁜 습관도 이러한 원리로 생긴다는거예요.
스마트폰을 볼 때 우리는 거의 자동으로 잠금 해제를 합니다. 잠금 해제하기가 점점 쉬워지면서 얼굴만 앞에 갖다대면 열리잖아요. 그러다 아침부터 스마트폰이 얼굴 위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살 때 배가 더이상 고프지 않은데도 케이크나 빵을 같이 삽니다. 습관을 관장하는 건 충동적인 아이와도 같아요. 이 아이는 주변 환경에 따른 즉각적인 욕구에 반응합니다. 더 멀리 있는 목표는 고려하지 않죠. 이 아이는 미래가 뭔지 모르고 힘든 일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트리거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쉬운 길로 가도록 나를 조종해요. 커피를 마시면 빵도 먹고싶어지는 것처럼요. 매일 하던 일이니까요.
나쁜 습관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과하면 좋지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입니다. 행동과 연결된 보상은 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고 그래서 습관이 되는거죠.
자기 파괴적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이는 사실 설계자만큼 중요하고 이 둘은 대부분의 시간을 협력하면서 지냅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오늘의 할 일을 작성하고 작업을 해 나가는 데는 설계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설계자가 모든 걸 다 하면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겠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습관으로 만들어서 아이와도 같은 습관 경로가 처리하도록 해야 뇌가 일상을 살면서도 더 복잡한 정신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분갈이로 치면, 언제, 어떤 화분, 어떤 흙을 쓸지 미리 계획하는 과정이 설계자의 몫이고, 현재에 반응하고, 환경의 작은 신호에도 곧바로 행동을 하는 건 아이의 몫이 됩니다. 마치 새 흙을 보자마자 그 위에 뿌리를 뻗고 싶은 식물처럼요.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우리는 먼저 설계자가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아이가 반복해서 걸으며 습관으로 굳히게 합니다. 분갈이도 같아요. 먼저 계획하고 실행한 뒤, 새로운 환경에서 자리를 잡는 건 반복과 익숙함의 몫입니다.
습관 형성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소개할게요. 영국 UCL의 필리파 랠리(Phillippa Lally) 연구팀은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최소 15일, 길게는 250일까지, 평균 66일이 걸렸습니다. 이건 분갈이한 식물이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안정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슷해요. 우리는 변화하기 위해 조급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식물도 하루아침에 꽃을 피우지는 않으니까요.
새로운 습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트리거’가 필요합니다. 트리거란 행동을 시작하게 하는 환경적 신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구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가 물을 한 잔 마시거나, 매트를 깔고 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해보세요. 분갈이에서도 트리거가 중요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화분을 두는 것만으로도, 식물은 방향을 틀고 성장합니다. 우리의 뇌도 비슷하게 작동해요. 뿌리의 방향을 바꾸듯, 환경의 신호를 바꾸면 행동의 방향도 바뀝니다.
원대하고 대단한 목표보다는 작고 쉽게 시작하세요. 목표를 크게 정하고 실패하는 것보다 작은 성취를 자주 반복해서 변화를 하는 게 훨씬 좋은 방향이니까요.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몇 달 몇 년 후에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습관을 만드는 방법, 쉽게 변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지력을 믿지 않는거예요. 나의 의지를 믿지 말라고? 네, 맞아요. 나의 의지를 너무 믿지 마세요.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니야, 별일 아니야’ 하고 뇌를 설득하세요. 먼저 루틴, 길을 낸 뒤에 쉽게 행위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나는 건강한 몸을 원한다. 이런 목표를 세웠어요. 이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요. 너무 일반적인 목표라는 얘기에요. 내 상황, 나의 욕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구분된 액션으로 쪼개는 겁니다. 시작하는 데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에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하고 그때그때 고민할 필요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면 됩니다. 매일 아침 물을 마시기로 했다면 아침에 물 마시는 컵을 하나 정하고 어디까지 따라마실지 용량도 체크해두세요. 그리고 나서 심호흡 3번, 풀스쿼트 20개 하기,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면서 충분히 작은 행동을 연결하는 겁니다. 5분? 아뇨, 2분도 안걸려요. 이렇게 루틴을 만들면서 분명한 트리거를 연결시키면 나중에 바로 습관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트리거는 그 행동과 항상 연결되는 신호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요가매트 같은 특정 물체를 보는 것처럼 시각적인 것도 좋고 하루 중 특정 시간 혹은 정해진 장소, 이런 것들이 하나씩 다 연결되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특정 조건이 맞을 때 항상 바로 행동을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트리거는 결국 자동 시작 버튼이 됩니다. 스쿼트 20개로 시작해 운동 습관을 만들려면, 요가매트를 펴고 아침 8시에 거실에서, 와 같이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해보세요. 트리거와 행동을 잘 정했다면, 이제 규칙적으로 반복하기만 하면 됩니다. 매일 하면 좋겠죠. 계속 하다 보면 루틴에서 습관이 되고 존재하지 않던 길이 잘 깔린 포장 도로가 됩니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해 온 제가 보장합니다. 운동은 여전히 힘들겁니다. 하지만 하려고 마음 먹는 게 별로 어렵지 않을 거고 일상처럼 느껴질거예요. 안하면 왠지 어색해지기도 할거구요.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많은 활동은 쇼츠나 릴스를 보는 것처럼 즉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지는 않거든요.
새로운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반복하기 쉽게 하려면 더 즐겁게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매번 보상을 줄 필요는 없고 하는 동안 그 자체를 더 즐겁게 하는 게 좋습니다. 운동할 때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로 플리를 만들어서 듣는다든지 제 팟캐스트를 듣는다든지 하면서요. 내가 즐길 수 있는 즐길 거리여야 해요. 나한테 맞춤형으로, 맞는 걸 찾으세요.
원리는 간단하고 말은 쉽죠.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루틴을 이어받아 습관으로 바꾸는 시점은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행동이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내가 처한 상황, 스트레스 수준을 비롯해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시작은 쉬워요. 그 후로도 매일 계속 하는 게 어렵죠. 계속 하면 점점 쉬워지는 건 확실합니다. 하루 아침에 변화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너무 많은 화분을 한 번에 옮기려고 하면, 식물도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하면, 설계자가 길을 만들고 아이가 쉽게 따라오게 될 겁니다. 이 작은 길들이 모이면, 삶이라는 정원 전체가 서서히 달라질거예요.
분갈이에는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뿌리를 완전히 털어내야 할 때와, 일부만 다듬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거죠. 뇌과학적으로, 기존 습관을 완전히 끊는 건 뿌리를 전부 빼내는 일만큼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뿌리가 엉켜 성장을 막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습관 대체 전략’을 씁니다. 나쁜 습관을 단순히 없애는 대신, 비슷한 구조의 좋은 습관으로 교체하는 겁니다.
하와이 대학의 한 연구에서, 문어를 미로에 넣고 먹이를 찾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문어가 처음에는 방향을 잘 못 잡지만, 몇 번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단번에 길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런데 연구자들이 미로 구조를 바꾸니까, 문어는 또다시 헤맸어요. 새로운 길을 배우는 건 ‘기존 경로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도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었죠.
우리도 비슷합니다. 밤늦게 스마트폰을 보던 시간을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시간으로 바꾸는 거에요. 기존 습관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새로운 습관이 오래된 습관보다 더 강해질 때 비로소 변화가 자리를 잡습니다. 이게 바로 ‘분갈이’의 핵심입니다. 뿌리를 다치지 않게 풀어주면서 새 흙으로 옮기는 기술을 쓰는 겁니다.
습관은 그 행동이 내 마음에 어느 정도 드는 것일 때에는 괜찮아요. 이 행동이 내 마음에 안 든다면, 내가 만든 나를 둘러싼 환경이 마음에 들지않는다면, 이걸 깨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엘렌 랭어(Ellen Langer) 교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습관적 사고를 깨뜨리고 새로운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 자동화되어 있어, 무의식적으로 같은 반응을 반복하게 되는데, 순간순간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면 그 자동 반응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거죠. 분갈이 순간에 식물의 뿌리를 살피듯, 우리도 지금의 습관과 환경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분갈이는 식물에게 불편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없으면 새로운 계절을,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없죠. 현재 나의 환경이 답답하고 불편하다면 화분이 너무 작은 것일 수도 있어요. 날 담기엔 이 화분이 이제 너무 작다는거죠. 그건 그만큼 당신이 성장했다는 뜻일거예요.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습관을 들일 수 있어요.
더 큰 화분, 더 넓은 정원이 필요한 시기일 수 있으니까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세요. 자랑스러워하세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