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이 뭘까요?
모종은 ‘어린 식물’을 말합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어느 정도 잎을 내고 뿌리를 낸 상태. 하지만 아직 독립적으로 땅에서 자라기엔 약한 단계죠. 보통은 플라스틱 포트나 트레이에 키워진 뒤, 제대로 된 화분이나 정원 흙으로 옮겨져요. 이전까지의 환경은 통제된 인큐베이터였다면, 이제는 외부 환경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시점이에요.
모종 심을 때 가장 중요한 3가지
하나, 흙의 조건
흙은 식물에게 집이자 밥이고, 공기예요. 배수가 잘 되는 흙, 예를 들어 난석이나 피트모스를 혼합한 토양을 추천해요. 시중에 나오는 혼합토도 괜찮아요. 물을 머금되 고이지 않고, 뿌리가 숨 쉴 수 있어야 하거든요. 고인 물은 썩으니까요.
둘, 뿌리 손상 방지
모종을 꺼낼 때 포트를 세게 흔드는 건 금물이에요. 가장 좋은 방법은 포트의 옆면을 가볍게 눌러 풀어준 다음, 바닥을 살짝 밀어 꺼내는 거예요. 뿌리가 너무 돌돌 말려 있다면 살짝 풀어주되,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셋, 흙을 덮는 ‘적당한 힘’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실수해요. 심고 나서 흙을 너무 세게 누르면, 뿌리가 으스러지거나 공기 순환이 막혀요. 반대로 너무 약하게 덮으면, 물 주는 순간 흙이 꺼지고 모종이 쓰러지죠.
‘적당한 힘’이란? 정답은, 두 손으로 살포시 감싸 쥐는 정도의 압력이에요. 흙 위에 손바닥을 얹고, “모종이 뿌리 내릴 수 있을 만큼은 단단하게, 하지만 숨 쉴 수 있을 만큼은 부드럽게.” 이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어린 고양이를 안듯이 눌러주는 걸 상상하면 가까워요.
*자주 하는 실수들
모종을 심을 때 너무 깊이 묻는 경우: 뿌리 근처 줄기가 썩어버릴 수 있어요. 뿌리 바로 윗부분까지만 흙으로 덮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 주고 바로 햇빛에 노출시키는 경우: 뿌리가 약한 상태에서 수분이 갑자기 증발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심은 당일엔 반그늘에서 하루 쉬게 하고, 다음 날부터 볕으로.
포트를 거칠게 잡고 꺼내는 경우: 흙이 뭉개지면서 뿌리가 손상돼요. 반드시 손으로 부드럽게 꺼내야 해요. 위에 알려드린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꺼내주세요.
🌱모종 심기가 좀처럼 쉽지 않죠.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큰 화분에 씨앗을 뿌려서 키우면 그게 더 편하겠다. 분갈이 너무 어렵다. 이런 생각 많이들 해보셨죠? 저는 자주 해요. 우린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언제나 ‘처음부터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악기를 새로 사고, 외국어 학원 기초반에 다시 등록을 하고, 운동, 일기, 공부, 뭐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거야! 이런 결심같은 걸 하곤하죠. 그런데 정말 ‘씨앗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시작해본 적이 있어요. 과거에 실패하거나 포기했던 일들, 중간에 멈췄던 일들. 이런게 산더미 같이 쌓여있을거예요. 그건 실패가 아니라 ‘모종’이에요. 이미 어느 정도 자라 있는 상태.
지금 필요한 건,
그 모종을 꺼내서 이번엔 제대로 된 흙에
적당한 힘으로 심어보는 일 아닐까요?
너무 무겁지도, 너무 성급하지도 않게.
좋은 흙과 햇빛, 그리고 숨 쉴 수 있는 공간.
모종을 옮겨 심는 방식으로 해보는 거예요.
나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결심이 아니라
이미 한 번 해본 거, 이미 내 안에 자라난 경험,
모종을 다시 가꾸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