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고 끝맺는 대부분의 행위는 손으로 이루어진다. 잠에서 깨어나 이불을 젖히고, 주방으로 걸어가 컵을 쥐고, 뉴스 속 헤드라인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생각보다 많은 판단을 이미 마친다. 대부분은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에서 결정된다. 손은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움직이고, 그 움직임은 곧 삶의 구조를 이루는 반복적 패턴이 된다. 매 순간 이어지는 손의 선택은 한 사람의 방향이 되고, 성향이 되고, 세계가 된다.
우리는 손으로 고르고, 버리고, 만들고, 지우고, 붙잡는다. 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큰 결단이나 결심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실제로 삶을 밀어가는 건 아주 작고 빈번한 선택이다. 선택은 항상 거창한 고민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되려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에 반응해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움직일 때가 많다. 내가 자주 만지는 물건, 자주 머무는 손의 위치, 반복적으로 향하는 손끝의 방향이야말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주는 가장 구체적인 단서다.
미국의 심리학자 수잔 골딘 메도우(Susan Goldin-Meadow)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연구하며 손의 움직임이 단순한 보조적 제스처를 넘어, 사고 자체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를 밝히기 위해 진행한 여러 실험 중, 어린 아이들에게 수학 개념을 설명한 관찰 실험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3 + 4 + 5 = ___ + 5" 같은 항등식을 푸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말로만 설명하게 한 그룹과 손동작을 사용해 함께 설명하도록 한 그룹으로 나눈 뒤 학습 효과를 비교했다. 손 제스처를 사용한 아이들은 추상적인 개념의 구조를 더 정확하게 이해했고, 이후 유사한 문제를 접했을 때도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단순히 '손을 쓰면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손의 움직임이 오히려 사고의 방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손은 생각의 도구이며 물리적 언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창작 활동, 특히 손으로 만드는 공예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머리로 아무리 구상해도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그 생각은 형태를 가지지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손을 먼저 움직일 때는 생각보다 감각이 먼저 따라붙고, 그 감각이 사고를 견인하기도 한다. 나는 실과 바늘을 들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내 안에 어떤 말도 꺼내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손이 먼저 움직이면서, 내 마음이 어떤 모양을 띠고 있었는지 실을 통해 알게 됐다. 그건 일종의 감정 번역이었고, 몸이 기억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어떤 감정을 선택하고 있었는지, 어떤 결을 자꾸 반복하고 있었는지를 손이 먼저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무슨 재료를 쓸지, 어떤 색을 고를지, 실을 몇 겹으로 감을지, 어느 부분에서 중단할지를 끊임없이 고른다. 그것은 감정의 미세한 기복에 반응하는 선택이고, 그것이 쌓이면 작업의 결이 된다. 공예는 손으로 하는 선택이 모여서 이루는 시간이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나의 경향과 마음을 드러낸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손을 통해 만들어질 때, 우리는 손이 하나의 언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내일이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 역시 손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손으로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소에 들어가 손으로 도장을 찍고, 손으로 종이를 접고, 손으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다. 이 단순해 보이는 일련의 동작들에는 선택의 무게는 실려 있다. 누구를 지지하든, 어떤 선택이든 간에, 우리는 손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세상에 내보낸다. 그것은 말보다 간결하고, 말보다 오래 남는다. 이 투표의 순간에 손이 담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판단이면서 동시에 한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구성하는 물리적 실행이다.
삶은 거대한 구호나 신념보다 작은 손의 움직임으로 이뤄진다. 우리가 무엇을 쥐고 있고, 무엇을 놓고 있는지. 어떤 감정에 자주 손이 가는지. 어떤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접거나 피하는지. 그런 손의 리듬이야말로 삶의 정직한 기록이다. 지금 내가 자주 만지는 대상이 내 삶에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일, 그건 일종의 자기 점검이자 방향을 재정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내가 반복적으로 손에 쥐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반복된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 반복이 어떤 감정을 지속시키는지, 어떤 생각을 유지하게 만드는지 자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손으로 매일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꺼낸 컵, 습관처럼 만지는 열쇠, 타이핑하는 리듬, 바늘을 잡는 손끝. 그것들이 내 삶의 풍경을 만든다.
당신의 손은 오늘 무엇을 선택했는가. 그 선택은 당신의 하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여 있는 지금의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6월 3일, 우리는 또 한 번 손으로 선택할 것이다.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손의 기록을 믿는다면, 그 선택의 의미는 그날로 끝나지 않는다. 투표는 손으로 이루어지는 가장 사회적인 언어이며, 한 개인의 손끝에서 시작된 변화가 공동체의 흐름을 바꾸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다시 내 손을 바라본다. 오늘 이 손이 쥐고 있었던 것은 펜이었고, 커피잔이었고, 한 장의 종이였다. 그리고 어쩌면 아주 작은 변화를 시작하려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나를 이루는 것들은 손이 고른 것이다. 오늘도 그 손으로 나의 삶을 써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