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실은 햇살 아래선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요.
처음에 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시간이라 불렀다. 아무도 모르게 그것은 짜여지고 있었다. 한 줄 한 줄. 눈에는 보이지 않은 채 서로 엮이며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던 처음. 공기조차 존재하지 않던 공간. 그곳에 빛이 도달했다. 흐르지 않고, 퍼지지 않고, 그저 조용히 ‘도착’했다. 그 빛은 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의도가 없는 존재. 하지만 그 빛이 닿은 순간, 선 하나가 피어났다. 머리칼보다 얇고, 바람보다 가벼운 선.
그 선은
이름도, 방향도, 의미도 없이
그저 거기에 있었다.
그 선이 다른 선과 닿고, 떨림이 겹치고, 어딘가로 흘러 무늬가 생기며 실이 되었다.
그렇게, 세상은 짜이기 시작했다.
|
|
|
어떤 실은 아주 곧게 뻗었고, 어떤 실은 자꾸만 꼬였다. 어떤 실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고, 어떤 실은 다른 실과 얽혀버렸다. 누군가는 그것을 기억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감정, 어떤 이는 운명이라 했다. 하지만 실은 그 자체로 아무것도 아니다. 실은 짜여야만 무늬가 된다. 엮여야만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모든 무늬는 빛을 통과했을 때만 기억으로 남는다.
빛이 닿지 않는 실은
기억되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는다.
그저, 사라진다.
흘렀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실. 느껴졌지만 아무 기록도 가지지 못한 결. 그것을 우리는 망각이라고 불렀다. 빛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도달한다. 한순간, 누군가가 고개를 들고 그 빛을 마주보았을 때, 실이 보인다. 그 실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한 사람의 눈물에 흔들리며, 그날의 감정에 따라 결이 바뀐다. 빛은 그저 비춘다. 실은 그 빛을 따라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빛을 통해 세상은 무늬를 남긴다.
이름 없는 존재가 있다. 직접 짜지 않지만, 모든 짜임의 시작이 되는 자. 세상의 모든 실은 그의 빛을 통과하며 기억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존재 이전의 감각’일 뿐이다.
그 빛이 지나간 자리마다 실이 남고, 그 실을 짜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잠든 이들의 머리맡에서 그날의 실을 감지한다. 어떤 실은 부드럽고, 어떤 실은 엉켜 있다. 그들은 실을 엮어 무늬를 만든다. 그것은 내가 눈을 뜨는 아침, ‘기억’이라는 모습으로 남는다. 그들이 짜지 못한 실은 사라진다. 무늬 없는 하루로. 이야기 없는 존재로.
그리고 아주 가끔,
그 실을 뜨는 자들 중 하나가
자신의 실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되묻기 시작한다.
|
|
|
이 짧은 연습은 당신이 무심코 지나친 하루의 실을 다시 감아보는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신이 엮는 감각은, 내일의 기억으로 남을 무늬입니다.
1. 오늘 하루,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 말, 표정, 음악, 햇살, 냄새... 그 중 어떤 감정이 가장 강하게 남았나요?
2. 그 감정은 실이라면 어떤 색일까요?
- 회색(잊고 싶은 말),
- 진한 파랑(말하지 못한 후회),
- 노랑(설렘),
- 흰색(멍하니 흘려보낸 시간)...
3. 그 실은 얇은가요, 두꺼운가요? 꼬였나요?
4. 지금, 그 실을 어떻게 엮고 싶으신가요?
- 풀고 싶나요? 감고 싶나요? 혹은 끊어내고 싶으신가요?
어떤 실은
햇살 아래선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니까요.
🧶이 실은 누구의 무늬 속에 들어 있었을까요? 🧶그 무늬는, 당신을 어떻게 바꾸었나요?
|
|
|
Crafts and Meditation
평화의정원에서는 공예품과 다양한 명상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와 같은 몰입의 경험을 누려보세요.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제품들도 함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Newsletter
Le Carnet 라는 이름으로 노트나 쪽지처럼 좀 더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담습니다. 작가의 영감과도 같은 작업 노트도 엿볼 수 있습니다.
페이지를 통해 지난 시즌의 뉴스레터도 계속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