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손끝의 실을 살며시 당겨 보았다. 그러자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어떤 날들은 낯선 이야기 같고, 어떤 날들은 익숙한 꿈 같았다. 실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잊고 있던 조각들을 어딘가에서 데려오고 있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실을 한 올 더 짜 넣자, 갑자기 바늘 끝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순간, 어두운 공간에 작은 틈이 생기더니,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언젠가 본 듯한 낯선 마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소년은 그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여긴… 어디죠?”
소년은 바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건 네가 잊고 있던 기억이거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어.”
바람이 조용히 대답했다.
“실을 짜는 동안 너는 직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았던 길을 만들고 있는 거야.”
소년은 숨을 삼키고, 다시 실을 짜기 시작했다. 실이 얽혀 갈수록 그는 더 많은 장면을 보았다. 어떤 장면은 익숙했고, 어떤 장면은 낯설었지만, 따듯했다. 포근했다. 실이 연결된 시간이라는 것을 그는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그럼… 실을 잃어버리면, 기억도 사라지는 건가요?”
소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람은 잠시 침묵했다가 조용히 속삭였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흘러가. 네가 다시 실을 짜면, 그 기억도 다시 너를 찾아올 거야.”
소년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실이 엉킬 때마다 그가 다시 풀어야만 했는지. 왜 실 한 줄 한 줄이 그에게 중요했는지.
그는 다시 바늘을 들었다.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실을 짜 보기로 했다. 이 실이 닿을 어딘가, 어느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그렇게 그는 다시 시간을 짜기 시작했다.
그가 짠 실이 어디로 가는지, 그 실을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느 날 바람이 불어올 때, 전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우리도
모두
실을
짜는
존재일지도
몰라요
. 당신은
어떤
실을
짜고
있나요
?🧶 실
한
올을
쥐고
당신의
하루를
떠올려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