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정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
|
|
- 출처 : 마셰코 참가자 하정숙 님, 올리브. |
|
|
내 삶에 의미 있는 일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권태기가 찾아왔습니다. 뭘 해도 재미없는 인생 노잼 시기. 반복되는 일상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했어요.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나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
|
|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면서 저는 제가 인생의 권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지프스처럼 똑같은 일을 무한히 반복해야만 하는 숙명에 놓인 존재처럼 정신없이 바쁘지만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더군요. 나를 이끌어 줄 삶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것처럼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 기분이었어요. 저는 이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욕망을 갈망하고 그 욕망이 충족되고 나면 다시 공허함과 권태에 빠지는 무한 반복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태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건 아닐까? 권태는 부정적인 감정인가? |
|
|
- 출처 : Friedrich Nietzsche, circa 1875, Wikipedia. |
|
|
니체는 욕망이 가라앉아 끝도 목적도 싫증도 욕구도 없는 마치 호수의 물결 같은 휴식 시간이 찾아온다면, 짧은 즐거움 뒤에 찾아온 권태는 얼어붙은 삶의 의지를 녹일 봄바람이라고 말합니다. 권태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니체는 오히려 일의 성공을 위해 권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권태로움을 단지 앞으로의 순조롭고 즐거운 항해에 앞선 유쾌하지 못한 ‘영혼의 무풍 상태’에 비유합니다. 따라서 권태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단계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이전의 실패나 권태를 후회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배운 교훈을 삶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자신을 찾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권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삶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며, 이 변화와 발전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삶의 반복성을 무의미하게 여기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이러한 반복적인 일상이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 속에 우리의 노력과 희망, 그리고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반복된 노력이 모여서 삶의 흔적을 만들어냅니다. 차곡차곡 쌓인 흔적들은 인생이라는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 자양분이 될 겁니다. 뒤를 돌아보면 우리의 인생은 이러한 반복적인 일상에서 얻은 경험과 기억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가 이뤄낸 일들에 대한 뿌듯함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믿고, 삶의 여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며,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인생의 열정기에는 지금의 이 열정이 영원할 것이라고 오해합니다. 열정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권태가 심하게 찾아온다고 해요. 열정이 영원할 것이라고 오해했던 것처럼 이 권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사람에게 있어, 인생에 있어,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 우리는 이 권태로운 상태를 견디면서 기다려야만 합니다. 권태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첫 걸음일 테니까요.
평화의 정원은 항상 당신 곁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권태와 욕망의 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권태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회피하기보다는 그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를 지녀보기로 해요. 저는 그 '무엇'을 찾아 다시 한 발짝 내디뎌보려고 합니다. 이전보다 더욱 열린 마음으로 내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준비, 땅!
2024년 2월 21일
평화의정원 정원사
홍범석입니다 |
|
|
반복적인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Violin Phase | 안느 테레사 Anne Teresa De Keersmaeker
|
|
|
안느 테레라 드 케이르스마커는 지난 30년 무용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혁명적인 안무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60년 벨기에 출생인 그녀는 뉴욕 티쉬 예술대학에서 수학하며 당시 미국이 주도하던 포스트모던 댄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반복과 절제를 중시했던 기존의 경향에 자신만의 극적인 표현력을 결함하여 포스트모던 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82년, 불과 22세의 나이에 발표한 <파제 Fase, 스티브 라이히 Steve Reich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중 3부 <Violine Phase>는 4부작 중 유일한 솔로 작품이다. |
|
|
- 출처 : Violin Phase, Rosas Dance. |
|
|
안느 테레사는 그녀의 작업에 대해 ‘움직임을 써내려간다’고 표현합니다. 스티브 라이히 특유의 페이징 기법, 즉 반복되는 악절을 일치시켰다가 다시 불일치시키는 전개 방식이 그녀의 작품 세계와 아주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음악과 완벽하게 일치하던 춤이 반복되고 미세하게 변주되는 과정에서 점점 미끄러지고 어긋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자칫 단순한 반복처럼 들릴 수 있는 음악 위로 상상이 더해지는 순간이 됩니다.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 미세하게 어긋날듯 이어지는 모습과 그녀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흔적을 감상해보세요. |
|
|
상실감으로 인해 인생의 정체기를 겪고있다면,
상실의 서른 여섯 달 | 댄 리 Dan Lie @아트선재
|
|
|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댄 리 Dan Lie 의 한국 첫 개인전이 아트선재에서 열렸다. 댄 리는 화이트 큐브 미술관을 유기체의 탄생, 확산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순환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생테시스템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곰팡이, 효소, 영혼과 조상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과 협업한다. 작가는 흙, 꽃, 버섯종자와 같은 자연의 재로를 사용하여 대형 설치 작업을 제작하고, 전시 환경과 기후, 그리고 설치 요소의 생물학적 구성에 따라 작품이 반응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
|
- 출처 : 36 Months of Loss, artsonje.org |
|
|
지난 2월 17일 아트선재에서 열린 아티스트토크를 통해 댄리의 작품 세계와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댄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지 3주기가 되는 해로, 댄리는 한국의 장례 문화 중 삼년상을 재해석해서 삼베, 면포, 짚풀, 옹기 등의 재로로 자신만의 애도 방법을 성장, 발효, 부패와 소멸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도 작품은 그 모습이 바뀌고 있습니다. 권태 상태로 가만히 멈춰있는 것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이 어떻게 흔적을 남기고 또 어떻게 화이트 큐브를 자신들만의 생태계로 만들어나갈지 궁금합니다. 5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3월 7일까지 무료 관람이라고 하니 그 전에 한 번 가보고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한 번 더 가서 그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
|
📢알려드립니다
하나, 3월부터는 어느날 갑자기 열리는 뜨개 게릴라 모임 <뜨개릴라>가 열립니다.
평화의정원 인스타 스토리로 올라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둘, 고민이나 들려주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e-mail로 보내주세요.
함께 이야기해도 좋고 개인적으로 나누고싶은 이야기도 좋습니다.
셋, 3월부터는 매달 월페이퍼를 함께 드려요.
평화의정원 뉴스레터는 둘째 넷째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
|
|
평화의정원 Le Jardin de la Paix
|
|
|
|
|